회촌거사 2025. 6. 18. 11:04

선선한 슬픔
- 유수연

나무를 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 숲이라고 부를까 혼자 있고 싶을 땐 언덕이 되어볼까 기대고 싶으면 바람을 부를까

흔들리는 건 지탱해주고 있다는 거잖아
버틸 수 있는 건 숨겨진 뿌리가 있기 때문이니까

오래 서 있는 그림자야
오래 버틴 뿌리가 그리워한 어둠아

달라붙을 몸을 내어줄 수 있겠니

여름만 울다 갈게

- 시집「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」(문학동네, 2024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