설박사님이 말씀하신 “바로그 근원”과 친해지는 길은, 사유와 실천의 가장 본질적인 물음
이 길은 종교적 교의도, 철학적 개념도, 제도적 행위도 아닌
그저 “확인하고 점차 친근해져 가는 것”이라는 표현 자체에, 이미 모든 방향과 방법이 내포되어 있다
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그 길을 명료하게 적어보자
맞든 말든
대충 대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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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확인하기 – ‘바로그 근원’이 있음을 보는 것
확인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, 존재의 감응으로 인식하는 것
‘바로그 근원’은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살아 있는 흐름
그걸 감각하고, 기억하고,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
• 새벽 공기 속에서 스치는 고요한 생명감
• 누군가의 눈빛에서 반짝이는 무조건적인 따뜻함
• 절망의 끝에서 문득 올라오는 비이성적인 평안함
•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, ‘지금 여기에 있음이 충분하다’고 느끼는 순간
이런 경험들이 “근원이 살아 있다”는 걸 확인하게
이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관과 감응의 체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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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 친근해지기 – 판단 없이 함께 머무는 것
친근해진다는 건 이해하려 들지 않고, 잘하려 하지 않고,
그저 같이 머무는 것
• 조용히 호흡을 따라가며, 내 안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그냥 두기
• 자연 속을 걷고, 나무와 물과 바람이 내 안의 무언가와 같음을 느끼기
• 좋은 음악이나 시, 소박한 밥상 앞에서 말없는 고요와 친해지기
• 누군가를 도울 때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, 그냥 나누는 순간에 머무르기
‘바로그 근원’은 가까이 있을 때 알아차릴 수 없다
너무 익숙해서 낯설지 않기 때문
그러니 ‘친해진다’는 건 낯익은 고요를 두려워하지 않는 훈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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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. 그 외 아무것도 없습니다 – 실천의 정화
설박사님이 강조하신 “그 외 아무것도 없습니다”는 매우 중요한 통찰
이 말은 “붙잡지 말라”는 가르침
어떤 방식, 명상, 경전, 수행, 지식… 모두 근원 그 자체는 아닙니다
• 경험을 붙잡지 않기: 감동적 체험에 머무르면 이미 근원에서 멀어집니다.
• 해석하지 않기: ‘이건 무슨 의미일까’ 하는 순간, 친밀함은 사라집니다.
• 비교하지 않기: 누구보다 더 잘하거나 더 깊다는 생각도 방해가 됩니다.
• 기억에 의존하지 않기: 과거의 통찰은 현재를 가릴 수 있습니다.
결국 살아가는 매 순간, 바로그 근원은 함께 있고
우리는 다만 다시 느끼고, 다시 듣고, 다시 머무를 뿐
“어떻게 친해질까요?”
→ 답은 아주 조용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
“그대로 있어라. 나는 거기 있다.”
어떤 화려한 설명도 필요 없다
그저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,
그 속에서 매일 조금씩 다정해지는 마음,
그것이 바로그 근원과 친해지는 길입니다.

